마이너한 수제 브랜드를 제외하곤 상당한 종류의 수채물감을 써봤으나 확실히 자신에게 맞는 수채물감있는듯 하다. 내가 그런 기분을 느꼈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그럴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수채물감이 자신과 맞지 않은 것 뿐인데 그림이 잘 안된단 느낌이 들고 속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받아 그만 두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내가 제일 처음에 쓴 수채물감은 신한 프로페셔널이다. 이름만 프로페셔널이지 실상은 학생용 물감이다. 저렴한 가격과 그 가격 대로의 수채물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으니 나쁘진 않지만 나쁘지만 않을 뿐. 내가 이 물감으로 아르쉬에다 그림을 그렸어도 그 껄끄러운 느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고 그림을 하나 그릴 때마다 위가 아플 정도였다. 나와 수채화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지 이 물감이 나와 맞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그 생각은 몇 년 후 시넬리에를 쓰면서 싹 날아갔고 나와 맞는 물감이 필요하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시넬리에는 잘 녹고 잘 번지고 얼룩이 지지 않아서 아주 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요즘은 팬타입 물감을 쓸 때 워터브러시를 쓰는 사람이 많지만 워터브러시란 녀석이 붓으론 좋은 게 아니라 생각보다 이걸로 수채화를 그리기 어렵다. 그러나 시넬리에라면 워터브러시에서도 충분한 성능을 뽑아내준다.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는 용도라면 시넬리에가 괜찮다고 생각한다. 단지 한국에선 좀 비싸단 게 문제지만. 지금 가장 많이 사용한 물감이기도 하다. 근데 갈색이 참 구리다... 프랜치 버밀리온 색도 좀 나랑 안맞음. 비슷하게 불투명이고 색도 별 차이 안나는 카드늄 레드 라이트를 쓰면 괜찮은데 얘는 왜 이런지.
비싸긴하나 쓰는 사람이 많은 물감인 호라담이 있다. 가지고 있는 낱색 갯수가 많다보니 얼른 써야지 했지만 정말이지 손이 안가고 정이 안가 결국 다른 물감을 들고 다니게 된다. 잉크 같아 종이를 덜 가리는 면이 있긴 하지만 그 잉크 같다는 면이 날뛰는 야생마 같은 느낌이다. 일본에 만년필로 그림을 그리는 분은 호라담을 쓰던데 뭐 그런 용도라면 호라담은 괜찮을 듯 하다. 깔끔하게 칠해지고 진하고 종이를 덜 가리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글쎄... 나도 모르겠다. 나랑은 안 맞는듯 하다. 그래도 써야하니까 쓰는데... 결국 낱색을 팔아 물감 수를 줄이고야 말았다.
최신기술이라 좋았으나 막상 계속 쓰려고 하니 별로 였던 QOR. 번지는 게 장난아니게 예쁘고 색이 진짜 깔끔한데 그정도 뿐. 비싸기는 엄청 비싸다. 가격도 비싼데 11ml니까. 혼자 들어간 재료 틀려 그런지 다른 브랜드와 혼합해 쓰면 안맞다. 물감 만들 때 비율이 안맞는 물감 상태가 있는데 딱 그렇게 된다. QOR만 쓴다면 괜찮은데 그럴 일은 없으니까. 이것도 써야지 했지만 결국 못 쓸 것 같아 다른 사람에게 짜줬다. 짜준 물감이 하프팬 가득 나오진 않았지만.
마이메리 베네치아는 괜찮은데.. 괜찮은데... 내가 쓰면 뭔가 그림이 히끄므리해서 못 쓰겠다. 색이 진하다곤 하는데 난 진하다고 못 느끼겠다. 아무래도 전문가급만 쓰다보니 그런 생각이 드나보다. 어쨌든 얘도 써서 없애야겠다 생각하는데 이걸로 그림을 그리면 정말 히끄므리하게 나와서 음... 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그리는 방법이 이 물감과 잘 안맞는 모양이다.
홀베인과 SWC는 워낙 비슷하다보니 느낌도 비슷하고 별로란 생각도 도매급으로 넘어가긴 한데 왠지 맑고 깨끗하단 느낌이 안든다. 좋다는 사람도 많지만 내가 그리는 방식과 달라서 그런모양이다. 내가 그리는 방식이 뭐지.... 유화든 아크릴이든 수채화든 파레트에서 혼색하기 보단 캔버스나 종이 위에서 혼색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그건가.
그 이외엔 무난하게 쓰고 있다. "정말이지 이거 최고야!"라고 생각하는 물감은 없지만. 이 물감들이 나랑 안 맞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은 잘 쓰고 있을 것이고 오히려 내가 잘 맞는다 생각한 물감이 안 맞는 경우도 있을듯하다.
결국 자기에게 맞는 물감을 찾아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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