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이나 크로키를 할 때라면 목탄을 종종 쓰게 됩니다. 예전엔 입시 미술에서도 목탄 드로잉을 많이 했다던데 요즘은 안하나 봅니다. 목탄을 보면서 이걸 검은색 물감으로 만들면 어떨까 했는데 사실 목탄은 거의 선사시대에도 물감의 재료로 쓰였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이 깊은 안료지요.
예전에는 목탄을 안료로 한 수채물감이 나왔는데 요즘은 잘 안나오는 모양이에요. 목탄으로 만든 검은색을 Vine Black이라 불러요. 목탄을 보통 포도나무가지를 태워 만들었기에 그런 명칭이 붙었습니다.
그래봤자 검은색이라 별 차이 없지 않나 싶지만 사실 검은색들도 아주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어요. 검은색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긴 하지만 물감에 쓰이는 건 보통 4가지입니다. 아이보리 블랙, 램프블랙, 마스블랙, 바인블랙이죠.
같이 놓고 보니 색이 다 다르죠?
물감에서 검은색이라면 보통 아이보리 블랙을 이야기합니다. 상아를 태워 만든 검은색이라고 아이보리(ivory) 블랙이라 불러요. 요즘 당연히 상아를 태워 만들진 않고 소뼈를 태워서 만듭니다. 보시다시피 약간 갈색이고 과립이 잘 안보이긴 하지만 과립성으로 분류가 되요.
그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건 램프블랙입니다. 기름을 태운 그을음으로 만든 물감이죠. 중성적인 검은색이에요. 안료가 가벼워서 그런지 번짐이 정말 예쁩니다. 카본블랙이라고 불리는데 실제 카본블랙이랑은 좀 달라요. 카본 블랙은 순수한 탄소로 만든 안료에요. 카본 블랙도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쓰고 있는 안료이긴 해요.
마스 블랙은 산화철로 만든 안료에요. 철 녹을 모아서 만든 검은색이죠. 녹인데 왜 검은색이냐구요? 산소가 하나 더 붙어서 검은색이 됐습니다. 자석에도 붙는다곤 하지만 칠한 곳엔 잘 붙진 않네요. 너무 연해서 그런가? 강하게 과립이 지는 물감이라 밑색이 잘 보여요. 보시다시피 좀 푸른빛을 띄는 검은색입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바인블랙이에요. 목탄을 갈아서 만든 안료로 만든 검은색이에요. 약간 회색빛에 진한 검은색은 아니네요. 저도 오늘 만들어서 바인 블랙의 색은 처음 봤어요. 약간 과립이 지고 지웠을 때 좀 남는 걸 보니 반염색성이네요.
바인블랙은 궁금해서 만들어 본 거라. 안료 사기는 아깝고 해서 압축목탄을 갈아 만들었어요.
하프팬에 반 정도 양이면 충분하다 싶어 약간만 분질러서 물감으로 만들었는데 그게 가루로 만드니 양이 불어나고 바인더 넣어서 물감으로 만드니 더 불어나서 하프팬 두 개가 나왔습니다. 꽉 채운 건 아니라서 마르면 각각 반정도가 되지 싶네요. 덩어리를 갈아서 만든 거라 좀 거친감이 있습니다. 더 열심히 문질러 갈았다면 고왔겠지만 어떤지 보고 싶어 만든 거라서 대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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