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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그림/페인팅

장미 꽃 다발과 고양이

by 사탕고양 2017. 6. 15.

 

많은 사람이 꽃다발을 주고 받는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은 꽃과 인연이 없다.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나만 해도 꽃다발을 준 건 오래 전이고 그 뒤로는 받기만 한듯 하다. 그 이면엔 아무래도 '오래가지 않으니까'가 자리잡고 있지 싶다. 꽃다발은 주지 않았어도 꽃 화분은 선물로 자주 준다. 선물로 주는 목록에 꽃이 빠져 있진 않다.

식물과 가까운 생활을 하고 꽃 농장에 자주 가봤다 하더라도 나와 일상에서 꽃은 그다지 거리가 가깝지 않다. 그야말로 지식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을 뿐. 요즘은 비싼 꽃이 더 잘팔린다던가 작은 꽃은 인기가 없어서 장미도 큰게 좋다던가 맑은 날이 많고 시원한 곳에서 꽃이 잘 자란다던가 화분 한 개 키우기는 어렵지만 여러개를 모아 키우면 서로 습도를 조절해 잘 큰다는 것 들.

어릴 때부터 식물은 잘 키우지 못했다. 화분 상태를 보아가며 물을 주는 것이 힘들어서다. 며칠에 한 번 정기적으로 물을 줘야하는데 생각날 때는 매일, 생각 안날 때는 며칠이고 물을 주지 않으니 식물이 못 견디는 건 당연하지 싶다. 그래도 꽃을 들고 오긴 한다. 집의 한 쪽 구석엔 작은 정원이 있다. 며칠 전엔 작은 꽃이 있었는데 지금은 초록색이 한가득인 수풀이다. 겨울을 넘기지 못 할 거라 생각한 열대 나무도 아직 잘 자란다. 그래도 공간이 한정돼 있다보니 다 키우기는 어렵다.


꽃을 주로 사는 곳은 양재 꽃시장이었다. 예전엔 근처에 살기도 했고 자주 들리는 곳이라 겸사 겸사 살 수 있었지만 사는 곳을 옮긴 이후엔 멀어서 못 가고 있다. 도매시장이나 농장에서 꽃을 사오던 버릇을 가진 사람은 소매 꽃집에서는 아무래도 꽃을 사기 힘들어지는 모양이다.

꽃집의 꽃이 비싼 이유는 간단하다. 4개를 사오면 두 개는 팔고 두 개는 팔리지 않다가 시들어서다. 우리는 하나의 꽃을 사지만 거기에는 시들어 버려진 꽃의 가격이 포함돼 있다. 어째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원가란 건 단순히 사오는 가격만 들어있는게 아니니 당연하다. 꽃도 생각보다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다. 절화는 꺾는 순간부터 생명이 사그러들기 시작한다. 꽃집이라고 언제까지 키워서 팔 순 없다.

양재 꽃 시장이 아무리 싸다 하더라도 오고 가는 차비와 시간을 계산해보면 갔다오는 것보다 집근처 꽃집에서 하나 사오는 게 아무래도 낫다. 게다가 꽃다발이라면 포장이라는 요소도 중요하기에 꽃집에서 사는 것이 나을 때가 많다.


그야말로 지금은 꽃을 거의 사지 않게 됐다. 심지어 꽃다발을 건내줄 기회도 별로 많지 않다. 전시회쯤이 있을까? 그러나 아무래도 꽃 보다는 케익이나 다른 선물을 주게 된다. 꽃을 주고 받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이지 싶다. 내가 전시회했을 때 꽃다발을 가지고 온 사람은 전부 미대 출신이었다. 나만 그런 건 아닌듯 하다.

그래도 가끔은 꽃을 사서 책상에 두고 싶을 때가 있다. 색이 많은 책상이라도 다른 느낌의 포인트가 필요하다. 늘 그랫듯 며칠 몇 달간 내 책상을 장식하다가 수풀로 보낼 것 같지만. 수풀엔 꽃나무가 한 가득인데 꽃 보기가 힘들다. 거기선 딱히 꽃을 피우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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