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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재료와 리뷰/선화 재료

크레파스와 오일파스텔의 차이는?

by 사탕고양 2022. 6. 13.

크레파스와 오일파스텔

“어젯밤에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 손에는 크레파스를 사 가지고 오셨어요. 그릴 것은 너무 많은데 하얀 종이가 너무 작아서 아빠 얼굴 그리고 나니 잠이 들고 말았어요”

크레파스 = 오일파스텔

어릴 때 그림을 그려본 사람이라면 꼭 하나씩 가지고 있던 크레파스. 색색의 크레파스를 통에서 하나씩 꺼내 꽃도 그리고 거북이도 그리고 귀여운 고양이도 그려본다. 어린이를 그림의 세계로 이끄는 초대장인 크레파스. 크레파스는 두꺼워 어린 손으로도 잡기 쉽고 종이 위에도 잘 그려진다. 그러나 자라면서 수채물감이나 포스터컬러를 사용하게 된 뒤로 크레파스와는 차츰 멀어지게 된다.

어른이 되고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 중 몇 명은 오일파스텔에 관심을 가진다. 최근에는 아예 인기다 파스텔이란 친숙한 이름도 있고 이름에 오일이라 붙어 있어 유화 느낌이 나서 일지도 모르겠다. 찾아보면 많은 종류의 오일파스텔이 있다. 전부 오일파스텔이란 이름을 가졌지만, 가격 차가 엄청나다. 요즘에는 문교의 소프트 오일파스텔이 좋다고 해서 그걸 많이 사지 싶다. 써보고 드는 생각은 ‘크레파스랑 비슷하네?’ 당연하다. 크레파스가 오일파스텔이니까.

오일파스텔은 그림도구 종류 이름이고 크레파스는 상품명이다. 아동용 오일파스텔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크레파스라 대표적인 이름으로 알려졌을 따름이다. XX 크레파스라고 적혀 있는 건 그 이름을 쓴 회사도 몰랐겠지만, 무단 상표 도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100년 가까이 써온 이름이라 일반명사화된 점도 있다. 어린이용이 크레파스, 어른용이 오일파스텔인 것도 아니다. 크레파스에도 전문가용이 있다.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크레파스, 피카소도 빠져들다

크레파스란 이름의 오일파스텔을 만드는 회사는 학생용 화구와 문구로 유명한 일본의 사쿠라다. 이 회사의 풀 네임은 ‘주식회사 사쿠라크레파스’. 일본의 교육자였던 Rinzo Satake와 그의 사위 Shuku Sasaki는 아이들이 가능한 많은 색상으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바라며 1921년에 자신들이 개량한 크레용을 만들고 판매하는 회사를 만들었다. 크레용 같은 파스텔이란 뜻에서 크레파스란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본인들이 만든 크레파스는 안료 농도가 낮고 혼색이나 질감 표현이 어려웠다. 혼색이 가능하고 점도가 높은 제품을 만들기로 하고 1925년에 팜오일, 파라핀, 스테아르산과 안료를 혼합해 기존의 크래파스를 개량한 것이 지금의 오일파스텔의 탄생이다. 처음에는 추우면 잘 굳고 더우면 녹아서 여름용과 겨울용을 따로 만들었으나 1928년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됐다.

크레파스는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어린이용 화구로 유럽 각국에도 보급됐다. 이 새로운 제품의 상업적인 성공을 보고 다른 그림도구 제조사들도 오일파스텔을 속속 만들어 냈고 우리가 잘 아는 파블로 피카소도 이 새로운 화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피카소는 크레파스를 다른 작가에게도 추천했지만 어린이용으로 개발된 것이라 작품을 만들기엔 한계가 있었다.

피카소는 프랑스의 화구전문 회사인 시넬리에에 전문가를 위한 크레파스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시넬리에는 점도와 질감, 안료의 품질을 개선해 예술가를 위한 오일파스텔을 1949년에 출시해 지금도 피카소가 쓰던 오일파스텔이라고 홍보한다.

시넬리에의 뒤를 이어 여러 브랜드에서 속속 전문가용 오일파스텔이 출시됐다. 1952년에 까렌다쉬에서 특허받은 폴리에틸렌 왁스를 사용한 네오칼라 크레용이 출시됐고 1985년엔 오일파스텔인 네오파스텔이 출시됐다. 어린이용 그림도구로 시작됐지만 전문 회화 작가도 애용하는 그림도구가 된 오일파스텔. 사용자의 폭만큼 오일파스텔의 질감도 폭넓다.

가격만큼이나 성능도 극과 극

오일파스텔은 아주 다양하다. 다이소에서 살 수 있는 이름없는 브랜드의 오일파스텔. 캐릭터가 그려져 있거니 향이 나는 어린이용 오일파스텔도 있다. 전문적인 느낌이 나는 오일파스텔은 48색 기준 10만 원까지 극과 극의 가격을 형성한다.

이정도로 극과 극이 먼 화구는 잘 없다. 성능도 극과 극이다. 싼 오일파스텔은 단단하고 칠하다 보면 칠이 벗겨져 진하게 칠해지지도 않고 섞이지도 않지만 가격이 비쌀 수록 색이 진하고 잘 섞인다. 최고 가격인 시넬리에 오일파스텔은 마치 유화 물감을 종이에 바르는 느낌이고 유리창에도 칠할 수 있을 정도다.

좀 멋진 오일파스텔 그림을 그리려면 발색 뿐만 아니라 최소한 손가락으로 색을 섞을 수도 있어야 한다. 이것이 되느냐 안되느냐에 따라 표현의 폭이 달라져 본격적인 오일파스텔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말한 수 있다. 오일파스텔은 비쌀수록 좋지만 비싼 것을 마구 쓸 수는 없다. 그래서 넓은 면적의 바탕칠은 약간 저렴한 문교 소프트 오일파스텔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고 세부 묘사나 덧칠 용으로는 더 비싼 브랜드를 쓰는 것으로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좀 더 퀄리티 있으면서도 돈을 절약하고 싶다면 문교 소프트 오일파스텔을 쓰면서도 흰색 하나만은 까렌다쉬나 시넬리에의 오일파스텔을 쓰면 돈을 아끼면서도 묘사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추천한다. 물론 오일파스텔에서 흰색은 굉장히 많이 쓰이기 때문에 이 것도 꽤 돈이 든다

오일파스텔은 아주 많은 브랜드에서 만들어지고 판매된다. 아이들부터 예술가까지 사용하는 폭넓은 매체라 그만큼 인기가 높다. 이 글을 썼던 2017년만 하더라도 취급되는 오일파스텔은 어린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아시아권에서 다시 오일파스텔 붐이 일어나는 느낌이다. (이 글은 2022년 2월에 수정됐다)

오일파스텔 활용법

오일파스텔의 장점이자 단점은 굵기다. 굵기 때문에 어린이의 손으로도 잡기 쉽고 선이 덜 민감하고 다루기가 쉬워 실력의 편차를 줄여 보이게 하는 반면에 작은 그림을 그리기 힘들다. 아빠와 크레파스란 노래에서 아빠 얼굴만 그렸는데 가득찼다던 작은 종이도 연필이나 펜으로 그렸다면 그다지 작지 않았으리라. 오일파스텔은 세밀하게 그리기 보다는 색과 명암을 크게 잡아 인상파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합한 팁이다. 물론 엄청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은 세밀하게도 그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오일파스텔을 좀 더 잘 활용하는 방법은 색을 겹쳐 칠한 후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서로 섞이는 것을 이용한다. 싼 오일파스텔론 섞기 힘들어 이게 되느냐 안되느냐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오일파스텔을 가르는 선이 되기도 한다.

싼 오일파스텔로도 잘 섞을 수 있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열을 약간 가열하면 잘 녹기에 외국에서는 그림용 가열판(색연필이나 크래용도 녹는다)을 팔기도 하고 고기 구울 때 쓰는 핫 플레이트에 알루미늄 호일을 깔아 그 위에 종이를 놓고 그리기도 한다. 드라이기에도 잘 녹지만 드라이기의 바람을 쐬면서 그리기엔 손이 너무 뜨겁다. 이렇게 가열해 쓰는 방법이 있긴 해도 개인적으론 섞을 수 있는 품질의 오일파스텔을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기름으로 녹이는 방법도 있다. 오일파스텔은 유성. 유성 도구들은 다 마찬가지지만 기름에 녹는다. 그림용으로 나온 화이트 스피릿이나 테레핀, 페트롤에 녹여서 표현할 수도 있다. 이런 미술 전용 제품이 아니더라도 매니큐어 리무버나 콩기름이나 알코올에도 녹는다. 수성 색연필이나 수채물감처럼 되진 않지만 그래도 꽤 특이한 효과를 낸다. 그러나 이 방법은 극적인 효과가 있는 건 아니고 특이한 효과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고 싼 오일파스텔은 섞이기 보다는 닦여 나간다. 역시 좋은 게 좋다.

오일파스텔로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기법으로 스크레치가 있다. 크래파스로 어릴 때도 많이 했던 기법이다. 먼저 도화지에 밝은 색 위주의 예쁜 색으로 빼곡히 칠한다. 그 위에 검은색을 한 겹 깐다. 먼저 칠했던 색이 보이지 않도록 꼼꼼하게 칠하자. 그리고는 약간 날카로운 도구로 검은색 위를 긁으면 검은색 칠이 벗겨지며 밑에 색색이 칠한 색이 보인다. 꼭 검은 색이 아니더라도 밝은 색을 밑에 깔고 어두운 색을 덧칠한 후에 긁어내는 표현을 쓰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또 오일파스텔 위에 색연필을 올리는 영상을 보고 어떤 색연필로 그리면 세밀한 묘사가 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오일파스텔을 한 겹으로 얇게 칠한다면 색연필로 그 위에 올릴 수도 있지만 부드러운 재료 위에 단단한 재료를 올리기는 힘들어 두 색을 섞거나해서 약간만이라도 두꺼워지는 순간 색연필이 위에 올라가기는 커녕 오일파스텔 칠을 긁어낸다. 색연필은 테두리를 다듬거나 진한 색으로 묘사를 할 수 있다는 정도로 사용하면 된다.

오일파스텔 종이와 마무리

오일파스텔은 어떤 종이에도 잘 어울리지만 지금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블랜딩과 깔끔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많이 쓰는 켄트지나 도화지 정도인 세목이 괜찮다. 너무 매끈한 종이는 미끌리고 결이 있는 종이는 결이 많이 남고 블랜딩이 살짝 어려운 편. 파스텔용 종이는 결이 좀 강한 편이라 취향이 원하는 취향이 아닐 것이다. 오일파스텔에 결이 있는 종이가 안 좋다는 것이 아니고 취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 한 번쯤은 중목같은 결이 강한 종이에 써보는 것도 권장한다.

그리고 오일파스텔을 완성하면 반드시 픽사티브를 뿌리기를 추천한다. 이론상 오일파스텔은 영원히 마르지 않아 시간이 지나도 손을 대면 묻어 나오고 그림이 뭉개질 수 있다. 이를 고정하기 위해서는 꼭 픽사티브를 뿌리는 것을 권장한다. 일종의 코팅제다. 픽사티브는 가격이 있는 것을 추천한다. 너무 저렴한 것은 그림을 좀 누렇게 만든다. 뿌릴 때엔 30cm 거리에서 전체적으로 얆게 뿌리고 한 두 시간 말린 후에 뿌리고 다시 한 두 시간 말린 다음에 또 뿌린다. 이렇게 세 번을 뿌러 놓으면 약간 안심할 수 있다. 픽사티브를 뿌릴 때엔 꼭 환기가 잘되는 밖에서 뿌리는 걸 권장한다. 실내에선 금지.

오일파스텔은 그림을 오래 그려도 손목에 무리가 적은 편이라 많은 화가들이 다시 오일파스텔을 쥐기도 한다. 색연필을 쓰다 오일파스텔로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 어릴 때 추억을 되살려 오일파스텔을 다시 꺼내보자. 개인적으로 저녁 노을 사진을 추천한다. 오일파스텔로 경계를 섞어주면 금방 멋진 그림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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