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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재료와 리뷰/다양한 미술재료

물감, 색연필 등의 미술 재료 중에 어떤 것이 더 오래 갈까요?

by 사탕고양 2022. 6. 14.

미술 재료에 따라 수명이 다른 것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재료가 오래갈까요?

물론 보관 방법에 따라 오래간다고 알려진 재료로 만들어도 금방 훼손될 수 있어 반드시 그러하다라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상황에서 오래 가는 정도의 비교입니다.

예를 들어 가장 오래 보관되는 건 모자이크입니다. 종이 찢어서 만든 모자이크가 아니라 돌 조각으로 만든 모자이크에요. 이런거

모자이크

색이 있는 돌을 그대로 사용했기에 색상 제한은 있지만 돌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인류보다 더 오래 살아 남을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색 유리를 끼워 만든 스테인드 글라스도 오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160년에 설치된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직까지도 여전히 남아 있거든요. 깨지지만 않으면 천 년 넘게 그 자태를 유지하는 듯 합니다.

의외로 오래 가는 것은 연필입니다. 연필은 문지르면 번지고 잘 지워지기 때문에 볼펜보다 오래 못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광석을 갈아 그대로 구워 만든 것이라서 생각보다 오래갑니다. 문질러지거나 지우개로 지우지 않는 이상 종이가 삭아 없어질 때까지 유지됩니다. 그래서 판화 작품 싸인을 연필로 하는 편이죠.


물감을 쓴 것 중에서라면 가장 오래 가는 건 프레스코가 있네요. 이것은 벽면과 일체화가 돼 있어 거의 벽의 수명과 같이 갈 정도입니다. 벽이 충분히 잘 보존만 된다면 천 년 이상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안료의 수명이 있어 조금씩 퇴색되지만요.

프레스코 천장화

그 다음은 에그 템페라와 유화입니다. 오래 전부터 작품이 만들어져 수명이 검증됐습니다. 유화보다는 에그 템페라 작품이 수명이 더 길다고 합니다만 자세하게 안 나와 있어서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남은 작품 중에서 에그 템페라가 유화보다 더 오래전부터 그려지기 시작했고 남아 있는 작품도 상당수라 오래가는 것은 확실합니다.

에그 템페라화

유화 같은 경우에는 단단한 기름 도막이 안료를 확실히 감싸고 있으며 물감의 두께가 있어 일부 안료가 퇴색돼도 뒷면의 안료가 색을 받쳐주기 때문에 색이 오랫동안 유지됩니다. 유화의 수명이 보통 300년 정도라고 하지만 그보다 오래된 그림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죠.

가장 오래된 유화 그림은 7세기에 그려진 아프가니스탄에 남은 벽화입니다. 벽의 손상으로 인해 훼손됐지만 그림 자체는 잘 보존돼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 유화 그림 자체보다도 캔버스 천이 삭아 없어지는 것이 수명에 더 문제가 되는게 아닐까 생각되네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화 유물

아크릴 물감도 굉장히 오래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재료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쓰고 있으며 벽화로도 많이 쓰다보니 외부의 날씨와 햇빛에도 많이 노출된 재료라 검증됐거든요. 단지, 작품용 재료로 사용된지 100년이 안돼 어느 정도까지 오래 보관 가능한지는 미지인 상태입니다. 미술용이 아닌 아크릴 에멀젼 사용시기까지 합하면 100년이 좀 넘긴 하지만요.

수채물감은 상당히 짧은 축에 속합니다. 그래서 작품용 재료로 인정받은게 그리 오래되진 않았어요. 19세기 이후 화학이 발달하며 내광성 높은 안료가 개발되면서 20세기 들어서야 작품용 재료로 인정받았습니다. 그 전에도 작품으로도 사용되긴 했지만 그보다는 연습용 스케치나 프레젠테이션의 채색용, 삽화 채색용 등에 사용됐습니다. 쉽게 색이 바랬으니까요.

수채물감은 종이에 얆은 층으로 발려 있어서 안료가 퇴색됐을 때 다른 안료가 색을 지지해주기 어렵다는 점이 퇴색에 취약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또, 안료를 잡아주는 도막도 얇은 편이라 물리적으로 안료가 탈락되기도 합니다. 또 아시다시피 물에 닿으면 다시 녹는 점도 문제구요.

앞서 말했듯 19세기 이후 화학의 발달로 내광성이 상당히 개선됐습니다. 수채화도 오래도록 색이 바래지 않게돼 수채물감도 작품용 재료로 인정받게 됐습니만 그래도 색 유지와 작품 보호를 위해 수채용 바니시(혹은 과슈 바니시)를 권장합니다.

같은 수채 계열인 수채 과슈는 수채화보다 두께가 있으므로 투명 수채화보다는 괜찮기는 합니다. 지금 남아 있는 수채 작품들도 사실상 과슈 그림들이기도 하구요. 다만, 과슈는 화학이 발달한 지난 100년 간 작품용이라기 보다는 인쇄물 제작을 위한 원본으로 그려지는 일이 많아 색이 오래갈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내광성 낮은 안료를 써 만든 색이 많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지금은 작품용으로 사용되는 일이 많아 내광성 낮은 안료는 많이 퇴출됐지만 아직도 약간 남아 있어 구입 시 튜브에 적힌 내광성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것만 주의하면 투명 수채화보다는 오래 갈 겁니다.

재료 중에서 색연필은 보존성이 꽤 낮은 축에 속합니다.

색층이 상당히 얇고 사용한 안료의 문제인건지 혼합된 재료의 문제인 건지 퇴색이 빠릅니다. 좋은 색연필이라도도 빛에 노출되면 다른 재료보다 금방 색이 연해집니다. 색연필을 칠하고 문질러보면 알겠지만 물리적 힘에 의한 안료 탈락도 큰 편입니다. 웬만해서 그림을 문지를 일은 없고 그림은 문지르면 안되지만요.

최근에는 작품용 색연필이 나오며 이 문제를 상당히 해결했지만 최고 내광성을 가진 안료로만 만들다보니 색이 좀 제한적이긴 해요. 그래서 색연필화를 오래 보관하려면 UV차단 기능이 들어가 있는 좋은 픽사티브를 뿌리는 것을 강력히 권장합니다.

제일 낮은 건 아무래도 마카죠. 마카만이 아니라 싸인펜 계열은 비슷합니다.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안료가 아니라 염료를 사용했거든요. 염료는 색이 투명하고 아름답지만 내광성은 극히 낮습니다. 내광성이 아주 낮은 안료도 웬만해서 염료보다는 잘 견딜 정도죠. 그래서 마카나 사인펜을 사용한 그림은 빛을 차단해 보관해도 수십년이면 퇴색됐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애초에 작품용이 아니라 인쇄물이나 디자인 프레젠테이션 등을 위한 원본을 빠르게 제작하기 위한 용도라 그런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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