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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파스와 오일파스텔

by 사탕고양 2017. 7. 21.

글로 배우는 그림도구
크레파스와 오일파스텔
“어젯밤에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 손에는 크레파스를 사 가지고 오셨어요. 그릴 것은 너무 많은데 하얀 종이가 너무 작아서 아빠 얼굴 그리고 나니 잠이 들고 말았어요”


크레파스 = 오일파스텔
어릴 때 그림을 그려본 사람이라면 꼭 하나씩 가지고 있던 크레파스. 색색의 크레파스를 통에서 하나씩 꺼내 꽃도 그리고 거북이도 그리고 귀여운 고양이도 그려본다. 그림의 세계로 이끄는 초대장인 크레파스. 크레파스는 두꺼워 어린 손으로도 잡기 쉽고 종이 위에도 잘 그려진다. 그러나 자라면서 수채물감이나 포스터컬러를 사용하게 된 뒤로 크레파스와는 차츰 멀어진다.

어른이 되고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 중 몇 명은 오일파스텔에 관심을 가진다. 파스텔이란 친숙함과 오일이란 이름이 유화 느낌이 나서 일지도 모르겠다. 찾아보면 많은 종류의 오일파스텔이 있다. 전부 오일파스텔이란 이름을 가졌지만, 가격 차가 엄청나다. 그래서 처음 구입하는 제품은 저렴한 가격의 문교의 오일파스텔이지 싶다. 그걸 써보고 드는 생각은 ‘크레파스네?’이지 싶다. 당연하다. 크레파스가 오일파스텔이니까.

오일파스텔은 그림도구 종류 이름이고 크레파스는 상품명이다. 아동용 오일파스텔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크레파스라 대표적인 이름으로 알려졌을 따름이다. 어릴 때 XX 크레파스라고 적혀 있던 건 그 이름을 쓴 회사도 몰랐겠지만, 무단 상표 도용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표명을 가진 회사도 딱히 신경 쓰진 않고 있을 듯 하다. 100년 가까이 써온 이름이라 일반명사화된 점도 있다.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크레파스, 피카소도 빠져들다
크레파스란 이름의 오일파스텔을 만드는 회사는 학생용 화구와 문구로 유명한 일본의 사쿠라다. 이 회사의 풀 네임은 ‘주식회사 사쿠라크레파스’. 일본의 교육자였던 Rinzo Satake와 그의 사위 Shuku Sasaki는 아이들이 가능한 많은 색상으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바라며 1921년에 자신들이 개량한 크레용을 만들고 판매하는 회사를 만들었다. 크레용 같은 파스텔이란 뜻에서 크레파스란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본인들이 만든 크레파스는 안료 농도가 낮고 혼색이나 질감 표현이 어려웠다. 점도가 높은 크레파스를 만들기로 하고 1924년에 팜오일, 파라핀, 스테아르산과 안료를 혼합해 만든 새로운 그림도구를 만들었다. 추우면 잘 굳고 더우면 녹아서 여름용과 겨울용을 따로 만들었으나 1927년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했다.

크레파스는 어린이용 화구로 유럽 각국에도 보급됐다. 이 새로운 제품의 상업적인 성공을 보고 다른 그림도구 제조사들도 오일파스텔을 속속 만들어 냈고 파블로 피카소도 이 새로운 화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피카소는 크레파스를 다른 작가에게도 추천했지만 어린이용으로 개발된 것이라 작품을 만들기엔 한계가 있었다.

전문가용 오일파스텔이 개발된 건 최초의 크레파스가 출시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였다. 피카소의 요청으로 프랑스의 전문화구회사인 시넬리에가 점도와 질감, 안료의 품질을 개선해 예술가를 위한 오일파스텔을 1949년에 출시했고 1965년에 까렌다쉬에서 특허받은 폴리에틸렌 왁스를 사용한 네오칼라를 출시했다. 어린이용 그림도구로 시작됐지만 전문 회화 작가도 애용하는 그림도구가 된 오일파스텔. 사용자의 폭만큼 오일파스텔의 질감도 폭넓다.


가격만큼이나 성능도 극과 극
오일파스텔은 아주 다양하다. 다이소에서 살 수 있는 이름없는 브랜드, 캐릭터가 그려져 있거니 향이 나는 어린이용 오일파스텔도 있다. 전문적인 느낌이 나는 오일파스텔은 48색 기준 9천 원부터 10만 원까지 극과 극의 가격을 형성한다.

이정도로 극과 극이 먼 화구는 잘 없다. 성능도 극과 극이다. 싼 오일파스텔은 크레파스와 같은 느낌이지만 가격이 오를수록 비싸고 진해져 최고 가격인 시넬리에 오일파스텔은 마치 유화 물감을 종이에 바르는 느낌이다. 아주 부드러워 종이에 칠하고 손가락으로 색을 섞을 수도 있고 유리창에 그릴 수도 있다. 물론 그만큼 빨리 닳기에 선 하나 그을 때마다 지갑이 슬퍼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초크아트를 하려면 어느 정도 부드럽고 은폐력이 좋은 오일파스텔이 필요하다. 비쌀수록 좋지만 마구 쓸 수는 없다. 그래서 넓은 면적의 바탕칠은 약간 저렴한 문교 소프트 오일파스텔이나 그것보다 비싼 펜텔 전문가용 오일파스텔을 쓴다. 세부 묘사나 덧칠 용으로는 더 비싼 브랜드로, 오일파스텔의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흰색 하나만은 까렌다쉬나 시넬리에의 오일파스텔을 쓰면 돈을 아끼면서 묘사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오일파스텔은 아주 많은 브랜드에서 만들어지고 판매된다. 더웬트, 파버카스텔, 홀베인, 스테들러 등에서도 만든다. 아이들부터 예술가까지 사용하는 폭넓은 매체라 그만큼 인기가 높다. 그러나 한국에서 판매되는 전문가용 오일파스텔 종류가 그다지 많지 않은 건 아직 어린이용이란 인식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일파스텔 활용법
오일파스텔의 장점이자 단점은 굵기다. 굵어서 어린이도 잡기 쉬워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는 반면에 작은 그림을 그리기 힘들다. 아빠 얼굴만 그렸다는 작은 종이에 연필이나 펜으로 그렸다면 그다지 작지 않았으리라. 문제를 알면 해결방법도 있는 법. 큰 종이에 그리면 된다. 굵기는 그림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장점이다. 그림도구가 굵을수록 선이 덜 민감해지고 다루기 쉬워서다.

오일파스텔을 좀 더 잘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약간 겹쳐 칠한 후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서로 섞이는 것을 이용한다. 싼 오일파스텔론 섞기 힘들다. 그러나 약간 가열하면 잘 녹기에 외국에서는 그림용 가열판(색연필이나 크래용도 녹는다)을 팔기도 하고 고기 구울 때 쓰는 핫 플레이트에 알루미늄 호일을 깔아 그 위에 종이를 놓고 그리기도 한다. 드라이기에도 잘 녹지만 드라이기의 바람을 쐬면서 그리기엔 손이 너무 뜨겁다. 드라이기는 일단 칠하고 열풍을 쐰 다음 따뜻할 동안 손가락으로 문질러 섞을 수 있다.

꼭 열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일파스텔은 유성. 유성 도구들은 다 마찬가지지만 기름에 녹는다. 그림용으로 나온 화이트 스피릿이나 테레핀, 페트롤에 녹여서 표현할 수도 있다. 이런 미술 전용 제품이 아니더라도 매니큐어 리무버나 콩기름이나 알코올에도 녹는다. 수성 색연필이나 물감처럼 되진 않지만 그래도 꽤 특이한 효과를 낸다. 그러나 이 방법은 극적인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싼 오일파스텔은 섞이기 보다는 닦여 나간다. 역시 좋은 게 좋다.

오일파스텔로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기법으로 스크레치가 있다. 크래파스로 어릴 때도 많이 했던 기법이다. 먼저 도화지에 밝은 색 위주의 예쁜 색으로 빼곡히 칠한다. 그 위에 검은색을 한 겹 깐다. 먼저 칠했던 색이 보이지 않도록 꼼꼼하게 칠하자. 그리고는 약간 날카로운 도구로 검은색 위를 긁으면 검은색 칠이 벗겨지며 밑에 색색이 칠한 색이 보인다. 그림을 그릴 때도 밝은 색을 밑에 깔고 어두운 색을 덧칠한 후에 긁어내는 표현을 쓸 수 있다.

오일파스텔은 그림을 오래 그려도 손목에 무리가 적은 편이라 많은 화가들이 다시 오일파스텔을 쥐기도 한다. 색연필을 쓰다 오일파스텔로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 어릴 때 추억을 되살려 오일파스텔을 다시 꺼내보자. 손가락으로 문질러 표면을 부드럽게 만들고 그라데이션을 만드는 기술을 쓰면 왠지 더 잘 그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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